필자는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11. 2. 제40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13년째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지금은 법무법인 엘케이에스(LKS)의 대표변호사로 근무 중이다. 오늘은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계약이라는 법률관계에 대해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의외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계약에 대해 기초적인 내용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아마도 멀게만 느껴지는 법과 계약을 동일시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번에는 계약을 쉽게 이해하고, 사회생활에서 계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계약서를 쓰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렇게 중요한 계약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인지 등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CHAPTER 1
계약이란 무엇인가
계약 : 쌍방이 서로에게 지게 될 의무나 갖게 될 권리에 대해 글이나 말로 약속하는 일. 법률적으로는, 일정한 법률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두 개 이상의 의사 표시의 합치에 의하여 성립하는 법률 행위를 가리킴.
정의 출처: Oxford Languages
계약이라고 하면 흔히들 무언가 법률적인 개념인 것 같고, 대단히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하는 약속들이 모두 계약의 일종이다. 민법에서는 계약의 개념을 청약과 승낙이라는 어려운 용어로 표현하는데, 쉽게 말해 누군가 어떤 약속을 제안하고, 상대가 이를 수락하면, 즉 내가 ‘어떤 약속을 할래?’라고 묻고 상대가 ‘그래’라고 동의하면 계약이 성립하는 것이다. 다만, 그와 같은 약속이 서로 얼마나 진정성 있게 성립되었는지, 또 서로에게 그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에 따라서 법이 그 약속의 이행을 강제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을 뿐이다.
예를 하나 들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약속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살펴보자.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네가 서울대에 합격하면 차를 사줄게라는 약속을 하고, 아들이 좋다고 승낙을 했다고 가정했을 때, 이러한 약속은 민법상 해석으로는 조건부 증여계약에 해당한다. 아버지에게 그와 같은 약속은 아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아들은 아버지의 약속을 척석같이 믿고 미친 듯이 공부하여 서울대에 합격했고, 아버지에게 약속대로 차를 사줄 것을 요구한다. 이때 아버지는 아들에게 차를 사 주어야 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약속에 대한 서로의 이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조건부 증여계약을 구속력 있는 진성계약으로 볼 것인지, 부자지간에 오간 대화의 일부로 볼 것인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아들이 아버지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면, 어쩌면 법원은 아버지에게 차를 사 줄 것을 명하는 판결을 내릴 수도 있따. 하지만, 위에서 본 것 같은 약속은 소송으로 가게 되면 아들의 입장에서는 사실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아들은 서울대에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을 달성했으니, 아버지에게 차를 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을 확보했지만, 어떤 차를 사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 100만 원짜리 굴러가지 않는 차를 사 준다 해도 약속의 이행으로 평가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법원은 약속의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의 성립 자체를 부정할 수도 있는데, 계약의 중요성은 이러한 부분에서 나타나게 된다. 즉, 서로 간에 진정으로 약속을 이행하기로 하고 약속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정해서,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어떤 행위를 특정해서 요구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법률적으로 의미가 있는 약속, 즉 계약이 되는 것이다.
CHAPTER 2
계약의 효력은 어떻게 발생하나
계약의 효력은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어느 일방의 청약과 상대방의 승낙으로 발생한다. 형식에도 제한이 없다. 구두로 약속을 했어도 계약은 계약이고, 행동으로 약속을 했어도 계약은 계약이다. 가령,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서 마시는 행위는 내가 돈을 줄 테니 음료수를 줄래?라는 청약에 대해서, 편의점 점원이나 주인이 승낙을 하면서 매매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만, 이런 매매 행위는 한자리에서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이루어질 뿐이다. 조금 다르게, 만약 어떤 사람이 편의점에서 먼저 돈을 내면서 2시간 후에 음료수를 가지러 오면 줄래?라고 청약을 하고, 편의점이 승낙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매매계약은 음료수를 사는 사람이 건네주는 돈을 편의점에서 받으면서 성립된 것이다(돈을 받는 행위가 승낙의 의사표시를 대신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편의점에서 2시간 후에 음료수를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계약 위반이 되고, 돈을 준 사람은 계약위반으로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할 수도 있고, 소송을 통해 음료수를 줄 것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처럼, 계약의 효력은 계약의 당사자가 서로 확정적으로 어떠한 행위나 결과를 약속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이 사실은 계약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CHAPTER 3
계약서를 쓰는 이유
위에서 본 것처럼, 계약은 꼭 서류로 써야만 성립되는 것이 아니고, 구두로든 행동으로든 서로가 그 의미를 이해하고, 어떤 행위를 약속할 때 성립된다. 그런데, 우리는 왜 불편하게 계약서를 쓰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약속을 증명하기 위해서, 구도로 한 계약, 행동으로 한 계약의 내용도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어느 한 쪽이 계약을 위반했을 때, 계약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가 어렵다.
위에서 예로 든 편의점 상황에서, 만약 편의점에서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거나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을 때, 결국 법원을 통해 계약의 취소 또는 계약의 이행을 청구해야 하는데, 이때 법원에 계약이 있었음을 입증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또한, 부자지간 사례에서처럼, 구두로 계약을 할 경우, 세부 내용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계약의 효력 자체가 부정될 수도 있다. 그래서, 계약서는 계약의 존재, 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수단이며, 법원에서도 이러한 계약서를 처분문서(권리를 처분하는 문서)라고 하여, 당사자들 간의 계약 해석에 있어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계약서는 서로 간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을 때, 상대방이 약속한 사항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너무나도 중요한 문서로서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중요한 약속을 할 때에는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CHAPTER 4
계약서를 쓸 때 가장 주의할 몇 가지
이처럼 중요한 계약서이기는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면서 약속을 할 때마다 계약서를 쓸 수는 없는 일이고, 또 계약서를 쓰려고 해도 이거 어떻게 써야 되는지 막막하고, 사소한 계약을 하면서 변호사에게 비싼 돈을 주고 맡길 수도 없고,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몇 가지 원칙만 알면, 돈을 들일 정도로 중요한 계약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중요한 약속을 하면서 계약서를 직접 쓸 때 도움이 될 만 한 몇 가지를 적어볼까 한다.
제 1원칙
당사자가 약속한 내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적을 것.
모든 계약에는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어야 나중에 상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때, '어떤 것을 해달라'라는 요구를 명확하게 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할 의무는 모두 이행하고도, 정작 내가 받을 것은 불분명하여 받을 수 없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제 2원칙
가급적 협상 과정에서 나눈 대화의 내용을 계약서에 담을 것
계약서의 내용에 너무 최적적인 목적만 기재하고, 그러한 약속을 하게 된 과정을 기재하지 않으면, 계약의 해석에 대해 이견이 생겼을 때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계약의 내용이 확정 되거나, 계약의 동기에 따라 다른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가령 돈을 빌려주고 언제까지 갚는다는 소비대차계약서(쉽게 차용증)를 쓸 때, 그 돈을 어떤 이유로 빌려줬는지, 어떻게 갚기로 했는지를 적어두면, 나중에 돈을 갚지 않았을 때, 먄약 돈을 빌린 이유가 거짓말이었으면 사기죄로 고소도 할 수 있지만, 그런 내용이 없으면 민사적인 조치 외에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된다.
제 3원칙
약속을 안 지킬 때는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를 적을 것
계약서를 쓰는 이유가 약속의 이행과 증명을 위한 것임은 이미 설명한 것이고, 그렇다면 약속을 안 지킬 때는 그 계약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정해져야만 깔끔하게 정리가 가능하다. 물론 대부분의 계약이 이런 내용을 담지 않아 민법에서 이런 경우 어떻게 한다는 규정을 정해두기는 했으나, 법원의 송사를 거치고 나면 돈 잃고 사람도 잃고, 결국 손해만 남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글을 쓰다 보니, 꼭 해주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은데, 지면이 한정적이고, 또 한꺼번에 모두 얘기하면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멈추었다. 아무래도 다음 기고문은 2편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다만, 2편을 못 보는 분들도 있을 수 있으니, 이번 글은 이렇게 간단히 정리해 보려 한다. 계약은 약속이다. 약속은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안 지키는 경우가 꽤 많고, 그렇게 되면 약속의 존재와 내용을 증명해야만 한다. 그러니 계약서를 쓰는 습관을 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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